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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 알통 190호] 잡초와 풀은 다른것인가?

작성자 한국식물연구소

작성일 2015.07.30

2,882회

풀과 잡초는 다른 것인가?

How different grass and weed?

 

잡초라는 말만 들어도 청소년기를 시골에서 지낸 나 자신으로서는 아주 골치 아픈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내가 젊은 시절 노령의 부모님께서 농사철만 되면 이른 봄부터 보리가 심겨진 밭에 쪼그려 앉아 보리사이에 발생한 잡초를 제거하는 작업부터 시작하여 그해 농사가 마무리 되는 구시월까지는 쉬지도 못하시고 한 낯 뜨거운 땡볕 아래서 잡초를 뽑아내시던 모습이 상상된다.

내가 농학을 전공하면서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농사에서 노동력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분야가 제초작업이라는 사실, 그래서 農事雜草와의 戰爭이라고 하는 말이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초제를 이용한 방제기술이 보급되면서 농사에서의 잡초방제 노동력의 절감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원래 잡초라는 식물이 별도로 있는 것일까? 사람들이 생업을 열고 하루씩 살아가는 동안에 피해를 끼치거나 생활 주변에 발생하여 귀찮게 하므로 사람들로부터 보기 싫은 존재로 나타나기 때문에 부정적인 식물이라는 테두리의 낙인을 찍어 잡초로 부르게 된 것이다. 즉 인간의 가치관에 얽매어 신고 받은 존재들일 뿐이다.

우리들 주변에는 수많은 풀들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서 풀이라고 하면 식물 중에서 목본 식물이 아닌 초본 식물 모두를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풀들 중에서 잡초라는 고유명사가 붙는 식물들이 있다.

사람들이 똑 같은 초본 식물을 놓고 어느 때는 잡초라고 하고, 어느 때는 풀이라고 하는가를 한번 생각해보자. 쉬운 예로 우리가 70년대 말까지만 하여도 농가에서는 농사일을 하기 위하여 집집마다 논밭을 경운 할 수 있는 소를 1마리씩 키우면서 사료로 농업 부산물과 풀을 베어다 가축의 먹이로 하였다. 이 때 작물이 심겨지는 논과 밭에서 대량 발생하여 작물 생산에 피해를 많이 주는 피와 바랭이 등과 같은 식물은 농사에 있어서는 골치가 아픈 잡초인 반면 이러한 잡초들은 가축이 잘 먹는 초본 식물이므로 가축의 먹이로 할 때는 풀이라고 하여 풀을 베어온다고 하지 잡초를 베어온다고 하지는 않는다. 이와 같이 동일한 식물이라고 해도 사람들로 하여금 이용 가치가 있으면 풀이라 부르고, 농경지에서 작물 재배에 피해를 주는 식물이면 잡초라 한다.

풀은 이 지구상에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한 농부가 무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며 잡초를 뽑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는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고 심지어는 험한 말도 뱉었다. 왜 하늘은 이런 아무 쓸모없는 잡초를 만든 것일까? 이 잡초들만 없었다면 내가 오늘 이렇게 더위에 힘들어 할 일도 없고 허리도 안 아플 텐데,때마침 논두렁을 지나던 한 행인이 그 농부의 투덜거림을 듣고 한 마디 전했다. 이보시오, 농부님, 그 잡초도 필요의 의무를 띄고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 이지요,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막아주는 작용을 하고, 너무 건조한 날에는 바람에 의한 먼지가 날리는 것을 막아주기도 하겠지요, 또 진흙땅에 튼튼한 뿌리를 뻗어 흙을 갈아주기도 하고, 만일 그 잡초들이 없다면, 그 땅을 고르려 해도 흙먼지만 날리거나, 비에 흙이 씻겨내려 땅은 아무 쓸모가 없이 되었겠지요, 그러므로 그 잡초가 당신의 밭을 지켜준 일등 공신이지요.라는 이야기와 같이 지구상에 풀이 없다면 사람도 살수가 없는 우주로 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풀이 없는 사막을 생각해 보면 지구 표면의 토양유실, 대기오염, 수질오염은 물론 각종 생물의 먹이 사슬이 차단되므로 지구상에는 엄청난 재난을 초래할 것이다.

잡초이던 풀이던 발생된 장소에 따라서 잡초로 될 수도 있고 풀로도 될 수 있는 것으로 어제의 잡초가 오늘의 작물이 되거나, 오늘의 작물이 내일의 풀 또는 잡초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잡초라고 하여 무조건 없애려고만 하지 말고 로서 예의주시 하여 농경지에 피해를 주는 것은 농경지로의 유입을 방지하고, 이용 가치가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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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한국식물환경연구소 오세문 기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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