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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 알통 194호] 외래잡초 "어저귀"의 여행

작성자 한국식물연구소

작성일 2015.10.17

2,674회

외래잡초 “어저귀”의 여행


어저귀는 아욱과의 일년생 광엽잡초로 키는 1m정도 자라며, 잎은 심장형으로 둥글고 크며, 잎과 줄기 표면이 섬세한 털로 덮여 있어 부드러운 융단과 같은 촉감을 느끼게 한다.

어저귀는 인도가 고향(원산)으로 그 곳을 기점으로 동쪽과 서쪽이라는 두 가지 루트로 동아시아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한다. , 이렇게 출발한 어저귀의 여행에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과연 순탄하기만 했을까?

어저귀는 본래 잡초였지만 섬유 채취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점차 재배도 하였다. 옛날에는 지금과 같이 화학섬유가 개발되지 않았던 관계로 어저귀의 껍질은 줄을 만드는데 아주 유용한 자원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은 곧 어저귀의 초기 여행은 사람들의 손에 의해 가능했다는 뜻이다.

어저귀는 이렇게 자신을 재배하고자하는 사람들을 따라 실크로드를 통해 마침내 동쪽 끝인 중국과 한국까지 도착했다. 지금으로부터 4천 년 이전의 일이다. 당시 중국과 한국은 앞선 문명을 자랑하고 있었다. 어저귀는 중국의 앞선 기술 아래 섬유 작물로 개량되며, 비약적으로 진화했다. 문화 충격 아래 산뜻하게 여행의 출발을 했다고 해도 좋으리라. 이렇게 재배 작물로 대우를 받으며 한국까지 들어온 어저귀는 국내에서도 한 시대는 공예작물로 인정을 받아 재배가 많이 되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산업발전으로 화학섬유가 등장하면서 섬유작물의 효용가치가 없어지면서 어저귀는 자취를 감추어 국내에서는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그 당시 어저귀가 일출잡초(escape weed)로 국내에 정착하지 못하게 된 배경을 추측해보면 어저귀라는 식물체가 소형이 아니고 대형이기 때문에 사람의 눈에 쉽게 띄므로 농업을 하던 그 당시의 국내 농업 여건상 밭에서 종자를 생산할 때까지 놓아두지를 않았을 것이며, 주변 잡초로도 확산이 용이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동쪽으로 길을 떠난 어저귀는 재배 작물로 한 때 화려한 대우를 받으며 살다가 효용가치가 떨어지면서 잡초로 몰락하여 동쪽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

한편 서쪽 돌기로 떠난 어저귀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쪽은 본래 재배가 아니라 ‘잡초’로서 세력을 펼치며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인 유럽에 도착했다. 그리고 근대에 접어들며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는 개척자들과 함께 대서양을 건너 마침내 아메리카 대륙에 당도하게 됐다.

대단한 성공의 스토리가 신대륙에서 어저귀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의 광대한 옥수수 밭이 어저귀의 성공적인 정착을 도왔다. 즉 넓은 면적의 농경지는 기계화 등 생력 재배가 따르지 않으면 재배가 불가능하다. 조방적인 농업 여건에서는 풍부한 노동력으로 농경지를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어 어저귀 같은 대형 잡초는 종자를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데 반하여 대면적의 농경지에서는 아무렇게도 청결한 관리가 되지 못하므로 어저귀와 같은 대형 잡초를 확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많게 되는 것이다.

어저귀는 통상 1m정도의 높이로 자라는데 옥수수와 경쟁하며 자라면 23m까지도 가능하다. 이렇게 미국의 광활한 옥수수 밭에서 터전을 잡은 어저귀는 옥수수를 기계로 수확할 때 어저귀 종자도 함께 섞여 들어가게 된다. 우리나라는 60년대 이후 산업이 발전하면서 경제성장으로 식생활이 바뀌면서 고기의 소비가 증대하게 되어 축산업이 성행하기에 이르렀다. 이 결과 가축사료의 부족으로 70~80년대 사료용 곡물의 수입이 급격하게 늘어나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축산농가 주변과 사료작물 재배지에서 재배 작물에서 잡초로 변신하여 어저귀가 대량 발생하여 문제 외래 잡초로 기승을 떨치게 되었다.

동쪽으로 여행길을 잡은 어저귀는 각광받는 재배 작물로 재배되다가 자취를 감춘 반면, 서쪽으로 여행을 시작한 어저귀는 오늘날까지 문제 잡초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오늘의 귀중한 작물이라도 언제 잡초로 돌변할지, 또 오늘의 문제 잡초가 아주 귀중한 재배 작물로 변할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므로 오늘날의 잡초라하여 완전히 제거하기보다는 식물자원 보존 차원에서 적당한 관리가 필요하겠다.

 <작성자: (주)한국식물환경연구소 오세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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